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는 2020년 난민의 날을 맞아 한국에서 성소수자 난민이 마주하는 고난과 이에 대한 난민 조력 활동가 법률조력가의 고민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무지개는 국경을 넘는다 2편]은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성소수자 난민을 지원한 경험이 있는 8명의 조력자 면담 및 분석을 통해 진행된 연구로 국제난민법 기준 그리고 해외 법제와 정책과 한국의 현황을 비교분석한 결과물입니다.
부록에는 국제 NGO ORAM Refugee에서 제작한 [성소수자 난민에게 안전한 공간 체크리스트]의 국문 번역본 및 유엔난민기구+국제이주기구 제작 [강제 이주 및 인도주의 맥락에서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인터섹스(LGBTI) 당사자와 협업하기] 훈련서의 성소수자 난민 면접 교육 자료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법무법인 한결의 2019 공익활동 지원 사업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보고서 다운로드
들어가며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라 함)는, 난민 중에서도 소수자인 사람들의 존재와 이들이 난민심사과정이나 재판과정에서 겪는 차별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기 위해 2017년 결성되었다. 성소수자, HIV감염인, 난민 인권을 위해 각 영역에서 활동해 온 이들이 활동 영역의 교차 지점을 확인하고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네트워크는 그동안 소수자 난민에 관한 이해를 돕는 가이드북 「무지개는 국경을 넘는다」를 발행하였고, 퀴어문화축제나 난민영화제와 같이 많은 시민들을 만나는 현장에 직접 참여해 네트워크의 활동을 알리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성소수자 난민을 상담하거나 소송연계 및 생계비 보조와 같이 보다 직접적인 지원활동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느슨하게 운영되는 네트워크 활동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세계인권선언 14조에서 언급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 소수자 난민이 포함되며 소수자 난민 역시 ‘박해를 피해 타국에서 피난처를 구할 권리와 그것을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그동안 성소수자 난민, HIV감염인 난민 등 다양한 소수자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난민들을 만나 왔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난민심사나 재판에서 가장 많은 사례가 축적되어 있는 성소수자 난민의 차별경험에 집중하고자 한다.
세계 각지의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 때문에 살해, 고문, 임의적 구금, 성폭력 및 젠더에 기반한 폭력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비난과 모욕은 일상이다. 집회 및 표현의 자유도 침해당한다. 고용 및 교육, 보건 영역에서도 두루 차별이 존재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현행 군형법은 합의 여부를 불문하고 동성 간 성관계를 일괄적으로 처벌하며, 모든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포함하느냐의 문제를 두고 지난한 논의만이 계속되고 있다.이와 같이 개인이 본인의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그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서 난민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소수자난민은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본국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으로 인해 박해를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본국이 충분한 보호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성소수자난민의 사안에서 개인의 성정체성, 성적지향, 그로 인한 박해, 피해사실에 대해 본인의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들의 난민신청은 여러 어려움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이 단일하지 않고, 면접조사관, 통역관, 재판관마다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난민 신청자가 국내법상 난민 지위를 획득하고자 할 때 전 과정에서 차별과 모욕을 겪을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네트워크는 난민 심사 과정이나 재판 과정에서 성소수자 난민 당사자들이 겪는 경험이 사회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데 주목하여, 성소수자 난민을 조력해 온 변호사와 활동가를 직접 만나 간접적으로나마 소수자 난민들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우선 성소수자 단체와 난민 인권 단체에서 성소수자 난민을 만난 경험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와 연계된 변호사와 활동가가 누구인지 찾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약 3개월 동안 성소수자 난민을 지원한 경험이 있는 총 8명의 조력자를 만났다. 이 중 7명은 변호사이고, 활동가는 단 1명이었다. 또다른 중요한 활동가는 인터넷이 불안정한 해외에 체류중이었기 때문에 아쉽게도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하였다.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 난민을 특화해서 지원하고 있는 단체가 아직 없고, 관련 사례가 체계적으로 정리된 적도 없었기 때문에, 인터뷰를 해 나가며 한 조력자에게 성소수자 난민을 만난 경험이 있는 또 다른 조력자를 소개받는 식으로 인터뷰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연구목적이 난민 당사자가 심사 과정에서 겪는 문제점을 확인하고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고민을 심화시키는 것이었기에 조력자 심층인터뷰는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연구방법이었다. 각각의 심층인터뷰는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실무팀에 참여하고 있는 2인이 동행하여 진행함으로써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갈 수 있도록 하였다. 실무팀에서 준비한 질문지를 기본으로 하였지만, 조력자들이 경험한 사례가 모두 달랐기 때문에 인터뷰 내용을 난민 심사 과정으로만 한정시킬 수 없었다. (한정할 수 없었다) 성소수자 난민을 지원하게 된 경위, 난민 심사 과정에서 직접 목격한 부적절한 질문이나 문제있는 통역, 재판 승소와 패소 이유, 지원과정에서 갖게 된 고민까지, 조력자가 경험한 사례에 최대한 맞춰 듣고자 하였다.
이번 연구에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인터뷰 참여자 모두 성소수자 난민의 국적, 개인의 정체성과 같은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것에 대해 큰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혹시나 모를 위험에 대비하여 인터뷰 녹취록을 교차 확인을 하는 과정을 거쳐, 난민 당사자의 개인정보나 난민 사건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모두 삭제한 상태로 인터뷰 내용을 인용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정확한 정보나 맥락 전달이 어려워졌지만, 난민 당사자의 안전을 최우선시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 인터뷰 참여자 역시 소속단체나 이름이 드러나지 않게 익명 처리하였다. 또한 총 8명 중에 7명이 변호사였을 만큼 인터뷰 대상이 활동가보다 변호사에 치우쳤다는 한계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국내에서 성소수자 난민 지원 경험이 있는 활동가가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자 향후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의 역할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연구는 성소수자 난민의 직접적인 회고가 아닌, 조력자가 관찰한 간접적인 경험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향후 성소수자 난민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겨 이들의 목소리가 직접 담긴 연구로 확장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연구조사를 통해 성소수자 난민 심사 과정과 재판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문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고, 이러한 경험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었다.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는 이번 연구조사 결과를 참고해 법무부 (난민지위 심사) 담당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성소수자 난민 심사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인터뷰 참여자들이 조력과정에서 만난 성소수자 난민과의 접점을 만들려고 한다. 심층인터뷰 참여자 모두가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었던 만큼 충분히 가능한 활동이라 생각한다.
인터뷰는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실무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준태, 나영정, 남웅, 이진화, 전수윤, 정민석이 진행하였고, 전수윤, 나영정이 실무팀을 대표해 원고를 집필하였다. 전수윤은 인터뷰 속기록 등을 분석해 “2장 성소수자 난민 심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부분을, 나영정은 실무팀 회의에서 논의된 제안사항을 정리하여 “3장 성소수자 난민 신청자의 경험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과제”를 집필하였다. 그 외에 전수윤과 이진화가 부록에 포함된 내용을 번역하고 정리하였고, 인터뷰의 내용이 제대로 인용되었는지, 개인정보가 제대로 보호되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였다. 그리고 6인의 활동가들과 8인의 인터뷰이 모두가 연구 보고서 초안을 마지막까지 검토,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다.
박해를 피해 국경을 넘는 이유는 다양하다. 성소수자 난민은 박해 사실은 물론 성소수자라는 정체성 자체를 입증해야만 하는 이중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것이 난민이라는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면 반드시 인권의 원칙에 기반해 이루어져야 한다. (소수자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그 어떤 인권침해도 정당화될 수 없다. 본 연구 결과를 읽는 모든 분이 편견과 의심을 거두고 성소수자 난민을 바라보고, 더 나아가 입증할 수 없는 것을 입증하도록 강요하지 않는 난민 심사 과정을 만드는데 동참하기를 바란다.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실무팀을 대표해 정민석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