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는 2017년, HIV/AIDS 감염인, 성소수자, 난민 그리고 그 소수자성의 교차성 맥락에서 존재하는 특수하게 취약한 당사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고민을 담은 자료집을 발간했습니다. [무지개는 국경을 넘는다]는 전반적으로 이러한 소수자성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구성되며 HIV/AIDS, 성소수자 정체성 그리고 난민에 관한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자료집은 아름다운재단 2017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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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을 내며
한국에서도 이제 ‘난민’이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난민 이슈가 부상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내 난민 신청자와 난민인정자도 늘어나고 있지요. 그렇지만 여전히 난민이라고 하면, 낯설고 잘 보이지 않는 존재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편화된 이미지들 속에 난민 개개인의 목소리와 개성은 부차적으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특정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차이가 무시될 수는 없습니다. 난민 여성, 난민 아동들이 겪는 특수한 문제가 존재하고, 나아가 성소수자인 난민이나 HIV 감염인인 난민으로서 마주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최근에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듯이 장애가 있는 난민들은 한국의 장애인 복지 혜택에서 배제돼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는 각기 성소수자, HIV 감염인, 난민 인권 활동을 하던 활동가들이 성소수자 난민과 HIV 감염인 난민을 만나고 돕는 과정에서 함께 협력하며 고민을 나누게 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성소수자, HIV 감염인 인권활동가들은 난민에 대한 이해 부족과 난민 제도 및 지원 체계에 대한 정보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고, 난민 인권활동가들은 성소수자와 HIV/AIDS에 대한 이해와 정보 부족을 느껴왔습니다. 한편에서는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난민, 성소수자, HIV/AIDS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상호작용해 소수자 난민들에게 더 큰 차별과 배제를 낳기도 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었습니다.
각 영역의 활동가들이 개별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데에서 나아가 우리는 아름다운재단의 네트워크 지원사업을 통해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를 만들어 ‘소수자 난민’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딛기로 했습니다.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는 지난 1년 동안 성소수자 및 HIV/AIDS 이슈, 난민 제도와 난민 인권에 대해 상호 교육하고, 소수자 난민 인권을 함께 고민하기 위한 시간을 가져왔습니다.
상반기에는 주로 난민 관련 활동가들에게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결성을 알리고 HIV/AIDS, 난민, 성소수자를 키워드로 수다회를 개최해 우리의 현실을 파악하고 고민 지점을 나눴습니다. 동시에 관련 단체들을 방문해 각 영역의 현안과 활동을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하반기에는 더 체계적으로 각 영역과 소수자 난민 인권이라는 주제에 접근하기 위한 공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교육프로그램은 서로의 분야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을 기회이기도 했지만, ‘소수자 난민’이라는 존재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3일에 걸쳐 6차례의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연인원 100여 명이 참석한 것입니다.
이 자료집은 이런 활동의 결과물입니다. HIV/AIDS, 성소수자, 난민과 관련한 기본적인 정보를 한 권의 자료집으로 전달하고, 동시에 소수자 난민에 대한 고민을 담고자 했습니다. 난민을 만나는 사람들, 난민 인권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소수자 인권에 대해 알리는 것, 한편에서는 소수자 운동에 난민에 관한 기본 개념과 정보들을 전달하는 것이 자료집의 첫째 목적입니다. 소수자난민에 대한 인식이 낮고 별도의 지원체계가 전무한 현실에서, 관련 공무원, 난민지원단체 활동가, 변호사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난민을 만나는 사람들조차 소수자 난민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이 자료집을 통해 소수자 난민의 존재를 인식하고 인권감수성을 갖춘 태도로 소수자 난민을 대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도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아가 소수자 난민들이 사회 안에서 더 많이 드러나고 소수자 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 활동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는 ‘난민’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하나의 소수자 집단 속에도 다양한 차이와 그로 인한 특수한 인권 현실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려는 시도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HIV 감염인이나 성소수자 또한 획일적인 존재들이 아니라 각각의 얼굴과 이야기를 지닌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공통된 차별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하나의 집단으로 묶일 수 없는 것이 소수자 집단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 해소, 인권 증진은 그 집단에 부여된 특수한 이미지, 낙인과 정형화를 깨는 일이기도 합니다. 난민이라고 불리는 사람 중에 성소수자나 HIV/AIDS 감염인이 존재한다는 것은 아주 단순한 사실입니다. 우리는 ‘난민/성소수자/감염인’이라는 딱지를 벗겨내고 사람을 보는 것이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출발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차이를 뭉뚱그리는 방식이 아니라 그가 특정한 소수성으로 인해 겪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함께 살피고 고민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의 고민은 아직 성소수자 난민과 HIV/AIDS 난민에 국한돼 있습니다. 다른 소수자성을 가진 난민 이슈에 대해서는 다루지 못한 지점에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소수자 영역에서 난민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더 확장되고, 동시에 난민들을 만나고 돕는 이들이 소수자 난민들을 만난 경험과 고민을 나누는 일이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이어가는 다양한 소수자 난민들이 존엄과 권리를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며, 그 길에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가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라(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